월세 계약이 끝난 뒤 집주인이 보증금에서 수리비를 빼고 돌려주겠다고 한다면, 먼저 해당 손상이 임차인의 책임인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임차인의 고의나 부주의로 집을 훼손했다면 합리적인 복구비를 부담할 수 있지만, 정상적으로 생활하면서 생긴 마모나 시설 노후화까지 모두 임차인이 부담하는 것은 아닙니다.
집주인이 수리비를 공제하겠다고 통보했더라도 바로 동의할 필요는 없습니다. 어떤 부분이 훼손됐는지, 임차인의 책임이라고 보는 근거가 무엇인지, 공제하려는 금액이 실제 손해에 비해 적정한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목차
보증금에서 수리비를 공제할 수 있는 경우
임차인의 고의나 과실로 집이 파손됐고 계약 종료 시까지 원상회복하지 않았다면, 집주인은 그 손해에 해당하는 금액을 보증금에서 공제하겠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임차인의 책임이 인정될 가능성이 있는 대표적인 사례는 다음과 같습니다.
- 실수나 부주의로 방문·창문·세면대 등을 깨뜨린 경우
- 벽에 큰 구멍을 내거나 통상적인 범위를 넘는 못질을 한 경우
- 반려동물이 벽지·문·바닥을 심하게 훼손한 경우
- 임차인이 설치한 시설물을 철거하지 않고 퇴거한 경우
- 관리 소홀로 누수나 곰팡이 피해를 확대시킨 경우
- 임차인의 과실로 화재나 설비 파손이 발생한 경우
- 계약서에 구체적으로 정한 원상회복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
다만 손상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집주인이 원하는 금액을 모두 공제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손상 원인과 범위, 입주 당시 상태, 시설의 사용기간, 필요한 복구 범위 등을 종합해 합리적인 손해액을 따져야 합니다.
예를 들어 오래 사용한 방문 일부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집 전체의 방문을 새 제품으로 교체한 비용까지 요구하거나, 벽지 한 부분의 오염 때문에 특별한 근거 없이 집 전체 도배비를 청구한다면 공제 범위가 과도한지 다툴 수 있습니다.
정상적인 사용 흔적은 누가 부담할까
임대차 기간에 주택을 정상적으로 사용하면서 생기는 가벼운 마모와 가치 감소는 일반적으로 임차인의 고의·과실에 따른 훼손과 구분됩니다.
다음과 같은 항목은 손상의 정도와 원인에 따라 통상적인 사용 흔적이나 노후화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 시간이 지나면서 색이 바랜 벽지
- 가구를 놓아 생긴 가벼운 눌림이나 자국
- 일상생활로 발생한 장판·마루의 가벼운 마모
- 설치된 지 오래된 보일러·에어컨의 자연 고장
- 노후 배관이나 전기설비의 문제
- 건물 구조나 외벽 문제로 발생한 누수
- 입주 당시부터 존재했던 흠집이나 하자
대법원은 통상적인 방법으로 주택을 사용한 결과 생긴 상태 악화나 가치 감소는 ‘통상의 손모’에 해당하며, 특별한 약정이 없다면 그 원상회복 비용은 임대인이 부담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관련 판단은 국가법령정보센터의 임대차 원상회복 판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만 생활하면서 생긴 흔적이라고 해서 언제나 통상의 손모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바닥의 가벼운 마모와 깊게 파인 흠집은 다르게 판단될 수 있고, 자연적으로 생긴 곰팡이와 환기·관리 소홀로 심해진 곰팡이도 책임 범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수리비 공제 전에 확인할 내용
집주인이 수리비를 보증금에서 공제하겠다고 하면 구두 통보로 끝내지 말고, 다음 내용을 문자나 카카오톡 등 기록이 남는 방식으로 요청하는 것이 좋습니다.
- 손상된 위치와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사진
- 임차인의 책임으로 판단한 이유
- 수리가 필요한 구체적인 항목과 범위
- 업체 견적서 또는 비용 산정 내역
- 보증금에서 공제하려는 정확한 금액
- 공제 후 남은 보증금의 지급 예정일
- 원상회복과 관련된 계약서 특약
집주인이 “전체 도배가 필요하니 100만 원을 빼겠다”고만 통보한다면 손상된 부분이 어디인지, 왜 전체 도배가 필요한지, 기존 벽지를 언제 시공했는지 등을 확인해야 합니다.
수리를 마친 경우에는 영수증이나 계좌이체 내역이 비용을 확인하는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아직 수리하지 않았다면 여러 업체의 견적서나 일반적인 복구비를 근거로 금액을 협의할 수 있습니다.
집주인이 실제 수리를 완료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손해배상 청구가 항상 불가능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견적서 한 장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금액 전부가 임차인의 책임으로 확정되는 것도 아닙니다. 수리의 필요성과 임차인의 책임, 비용의 적정성을 함께 따져야 합니다.
계약서 특약이 있으면 무조건 부담할까
계약서에 원상회복이나 수리비에 관한 특약이 있다면 문구를 정확하게 확인해야 합니다. 임차인이 부담할 시설과 범위가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다면 비용 부담을 판단할 때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퇴거 시 원상복구한다’는 일반적인 문구가 있다고 해서 자연적으로 낡은 벽지나 오래된 설비의 교체비까지 모두 임차인이 부담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통상적인 손모에 해당하는 비용까지 임차인에게 부담시키려면 임차인이 부담할 항목과 범위가 계약서에 구체적으로 정해졌는지, 임차인이 그 내용을 충분히 인식하고 계약했는지 등을 살펴봐야 합니다.
주택임대차표준계약서에도 임차인은 계약 종료 시 주택을 원상회복해 반환하도록 하면서, 시설물의 노후화나 통상적으로 생길 수 있는 파손 등은 임차인의 원상복구 의무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내용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퇴실할 때 무조건 도배비를 부담한다”는 특약이 있더라도 실제 벽지 상태, 특약이 작성된 경위, 임대차 기간과 도배 시점 등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구체적인 분쟁 결과는 계약 내용과 증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집주인이 과도한 금액을 요구할 때
집주인이 실제 손상보다 많은 금액을 요구한다고 생각되면 공제 항목과 산정 근거를 먼저 요청하고, 인정하는 부분과 인정하지 않는 부분을 구분해 답변하는 것이 좋습니다.
보증금에서 공제하려는 수리 항목과 손상 사진, 견적서 또는 비용 산정 내역을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정상적인 사용에 따른 마모와 시설 노후화 부분은 공제에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임차인의 책임으로 확인되는 손상은 필요한 복구 범위와 합리적인 비용을 기준으로 협의하겠습니다.
새 제품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면 부분 수리가 불가능한 이유도 확인해야 합니다. 이미 상당 기간 사용한 설비를 새 제품으로 교체하면서 그 비용 전부를 임차인에게 부담시키는 것이 적절한지는 기존 상태와 사용기간 등을 고려해 따져볼 수 있습니다.
집주인이 직접 수리했거나 지인 업체에 맡겼다는 이유만으로 비용이 무조건 인정되지 않는 것도, 전혀 인정되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실제 수리가 필요했는지와 청구 금액이 통상적인 수준인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입주·퇴거 사진과 증거 준비하기
수리비 분쟁에서는 입주 당시 상태와 퇴거 당시 상태를 비교할 수 있는 자료가 중요합니다. 입주할 때 찍어둔 사진과 동영상이 있다면 원본 파일을 보관하고, 퇴거 직전에도 집 전체와 주요 시설을 촬영하는 것이 좋습니다.
| 준비할 자료 | 확인할 내용 |
|---|---|
| 입주 당시 사진·영상 | 처음부터 존재했던 흠집과 하자 |
| 퇴거 당시 사진·영상 | 퇴거 시점의 집 전체 상태 |
| 계약서와 특약 | 원상회복 및 수리비 부담 범위 |
| 문자·카카오톡 | 하자 통보와 수리 요청, 집주인의 답변 |
| 견적서·영수증 | 수리 항목별 비용과 실제 지출 여부 |
| 보증금 지급 내역 | 반환받은 금액과 미지급 금액 |
퇴거 점검을 집주인이나 중개사와 함께 했다면 확인한 내용을 문자로 남겨두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열쇠를 반환한 날짜와 방법, 퇴거 점검 결과, 보증금 지급 예정일도 기록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현장에서 집주인이 “문제없다”고 말했더라도 이후 발견된 손상에 관한 주장이 완전히 차단되는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임차인 책임이라고 주장하는 쪽도 손상이 언제, 어떤 원인으로 발생했는지 설명할 자료가 필요합니다.
보증금 일부만 받은 상태에서 주의할 점
집주인이 수리비를 뺀 나머지 보증금만 지급하겠다고 한다면, 우선 반환받는 금액과 아직 받지 못한 금액을 구분해 기록해야 합니다. 일부 금액을 받더라도 공제에 동의한 것이 아니라는 뜻을 문자로 남기는 것이 좋습니다.
오늘 반환받은 금액은 보증금 일부로 수령합니다. 수리비 명목으로 공제된 금액에는 동의하지 않으며, 관련 자료를 확인한 뒤 별도로 협의하겠습니다.
수리비 공제에 이견이 있는데도 ‘모든 정산이 끝났다’, ‘추가 청구를 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합의서에 서명하면 이후 반환을 요구하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인정하는 공제 항목과 다투는 항목이 있다면 합의서에 각각 구분해 적어야 합니다.
보증금을 전부 돌려받지 못한 상태에서 이사하고 전입신고까지 옮겨야 한다면 임차권등기명령을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존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유지하려면 단순히 신청만 한 뒤 이사할 것이 아니라 임차권등기가 실제로 완료됐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수리비 공제액이 크거나 집주인이 잔액 지급을 계속 미룬다면 열쇠 반환, 주택 인도, 전입신고 이전 시점을 임의로 결정하기보다 법률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안전합니다.
보증금 잔액 지급을 정식으로 요구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내용증명 보내는 방법처럼 공제에 동의하지 않는 이유와 미지급 금액을 문서로 남겨두는 것이 좋습니다.
합의되지 않으면 해결하는 방법
수리비와 보증금 반환 문제를 당사자끼리 해결하지 못했다면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보증금 또는 주택의 반환, 원상회복, 유지·수선 의무와 관련된 분쟁이 조정 대상에 포함됩니다.
한국부동산원·LH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서는 신청 방법과 관할 사무소, 조정 사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임대인이 마룻바닥과 설비 훼손 등을 이유로 보증금에서 수리비를 공제하겠다고 주장한 사례도 조정 대상으로 다뤄지고 있습니다.
조정을 신청할 때는 다음 자료를 함께 제출하는 것이 좋습니다.
- 주택 임대차계약서와 특약사항
- 입주 당시와 퇴거 당시 사진·동영상
- 수리비 견적서와 영수증
- 보증금 입금 및 반환 내역
- 집주인과 주고받은 문자·카카오톡
- 하자 발생 당시의 수리 요청 내역
- 인정하는 금액과 다투는 금액의 계산표
조정이 성립하지 않거나 집주인이 보증금 잔액을 계속 지급하지 않는다면 지급명령이나 보증금반환청구소송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금액이 크거나 손상 원인을 판단하기 어렵다면 대한법률구조공단이나 변호사 상담을 이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월세 보증금에서 수리비를 공제할 수 있는지는 손상의 원인과 범위, 계약서 내용, 입주 당시 상태와 합리적인 복구비에 따라 달라집니다. 임차인의 고의나 과실로 생긴 파손이라면 비용을 부담할 수 있지만, 정상적인 사용에 따른 마모와 시설 노후화까지 임차인에게 일률적으로 부담시킬 수는 없습니다.
집주인이 수리비를 빼겠다고 한다면 사진과 견적서, 비용 산정 근거를 요청하고 인정하는 항목과 다투는 항목을 나눠 기록해야 합니다. 합의되지 않는다면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나 보증금 반환 절차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조정으로 해결되지 않아 반환청구까지 검토한다면 보증금 반환소송의 비용과 절차에서 임차권등기명령·지급명령·소송의 순서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